한국 어린이(?) 은행 그리고 대한민국

2007. 2. 20. 21:49
참고 : 아래 사용된 화폐의 그림은 한국조폐공사 홈페이지에 있는 그림입니다.

최근에 나온 1만원, 1천원 신권까지 1년에 걸쳐 새로이 발행된 지폐, 주화에 보노라면 무언가를 놓쳐버린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조폐공사와 한국은행이 새로운 화폐에 대한 신중하지 못한 진행과정와 사후 논란에 대한 해명(?)을 듣노라면 씁슬한 마음은 더해진다.

일단 찍고보자, 내고 보자 식의 행정은 한국인 특유의 냄비근성 덕분에 늘 성공하고야 만다. 결국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체념하고 받아 들이니 이러한 행정 방식은 이곳 저곳에서 효과적인 방법으로 통용되고 있다.

한 예로 "자동차 번호판 변경"에 대해 살펴보면, 변경될 때마다 말은 많았지만 이내 조용히 신규 번호판에 적응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모두 받아들였다. 아직은 현행 번호판이 차지하는 비중이 많지는 않지만 곧 주류 번호판이 될 것이다. 그래도 "번호판 변경"에 대해서는 나름대로는 의견 수렴이 많이 된 편이지만, 그 결과가 2종류의 규격을 허용하여 규격의 통일화를 실패한 것이라고 생각하니 실소가 나온다. 그리고 "육안 변호판 식별 문제"을 보노라면 의견 수렴을 디자인 관점에서만 한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고 "무인 단속 최적화"를 위해 "친인간적" 부분을 무시했다고 생각되기도 한다.

의견 수렴한 결과가 이러니 의견 수렴이 제대로 안된 것들이 어떨지는 사실 말할 것도 없다.

신권이 나오니 사람들이 은행으로 몰려들었다. 사람들이 몰린 이유는 무엇일까? 개인적으로는 "신권" 그 이상의 의미는 없다고 생각한다. "신권"이 좋아서가 아니라, "신권"이기 때문이다.
5천원 신권이 발매된 시점이 지난해 설 전이였는데 세배돈을 위해 바꾼 사람이 많았다. 올해도 설을 앞두고 1만원, 1천원 신권이 나왔다. 당연히 세배돈으로 쓰기 위해 바꾼 사람이 많았으리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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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권에 대한 주위의 평가는 작년 5000원 신권 때와 같이 한결 같았다.
"돈 같지가 않다", "애들 장난감 돈 같다"
이러한 평가는 최근 10원짜리 동전을 보면 더 확연해진다. 알다시피 새 10원짜리 동전은 예전의 1원에다 10원짜리 디자인을 축소해서 찍고 그 위를 구리빛으로 도금(?)해놓은 것이다. 도금은 앞,뒷면만 되어 있으며 측면은 도금되어 있지않으나 모서리에 앞,뒷면의 도금이 조금 흘러넘쳐있는 것도 볼 수 있다. 한 마디로 대충 만든 흔적이 여실히 드러나는 동전이다.

신권지폐는 어느 신문기사처럼 "동남아 돈" 같은 느낌이 든다. 달러는 커녕 외국지폐를 볼 기회가 거의없는 본인이 중동(사우디) 지폐를 보면서, 우리나라 지폐가 얼마나 잘 만들어 졌는지를 새삼 느낀적이 있었다. 당시 특히 좋았던 점으로 우리나라 지폐에서 볼 수 있는 여백의 미를 꼽았다.

1. 신권에서는 본인이 우리나라 지폐의 특징으로 꼽았다던 여백의 미를 더 이상 볼 수가 없어서 개인적으로 무척이나 아쉽다. 엔드리스(endless) 무늬라고 하는데 조폐공사 홈페이지의 미사여구에 따르면 "은행권 가장자리에 일정한 무늬를 넣어 인쇄하는 기법으로 좌우상하 무늬를 서로 연결해 보면 일치함" 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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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신권에서는 일련번호에 한글을 더이상 사용하지 않는다. 한글이 사용된 일련번호는 우리나라 지폐만의 고유한 특징이였으며 이 점에 대해 개인으로 상당히 자부심을 느끼고 있었었다. 1만원권의 모델이 세종대왕인 것에 비추어 볼 때, 참 우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사실 이 부분에 대해서 언급한 언론은 거의 없었던 것으로 안다. 대부분은 1만원권 뒷면 혼천의 논란, 1천원권 뒷면 서당에 대한 논란, 그리고 홀로그램에 대한 문제정도만 언급한 것으로 안다. 일련번호에 대한 언급은 특이번호 선점에 관한 기사들 뿐이였다.
위정자들에게 있어 한글은 대한민국이 세계화로 가는 길에 최대 걸림돌 정도로 여겨지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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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1천원권의 색상이다. 종전의 1천원 권은 보랏빛을 띠는 반면, 신권은 파란빛을 띠고 있다. 발행권자는 1천원권이 5천원권과 구분이 잘 안된다고 생각하였을까? 아무튼 일관성 없이 색상을 떡하니 바꾸어서 내놓는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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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한국은행은 이제 한국 어린이 은행의 기틀을 마련하였다. 그들은 이미 애들 장난감 같은 돈은 벌써 4종이나 발행했다. 아직 1천원권의 동전화, 10만원권의 발행이라는 관문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지금까지 했던 대로 하면 큰 무리없이 대업(?)을 이룰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구관이 명관이다” 라는 말이 있는데 우리나라 안에 일어나는 모든 일 전반에 가장 잘 어울리는 말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뭐든지 이제 제발 가만히 뒀으면 좋겠다. 개혁, 개선이라는 이름 하에 시작되는 변화가 "개악"이라는 결과로 끝이나는대도 "개혁, 개선" 했다고 착각하고 자찬까지 하고있으니 사소한 변화도 두려울 수 밖에 없다.

앞서 언급한 변화들이 개인 민생과 큰 상관이 없는 문제여서 다행이기는 하나, 문제는 이러한 무대뽀 정신이 민생과 관련된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게다가 나랏님들의 무대뽀 정신에게는 냄비근성이라는 최고의 짝꿍이 있으니... 그들 나랏님들은 개혁의 탈을 쓴 개악과 계속 싸워나갈 지구력이 "너희들에게는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듯 하다.

그나저나, 도산서원 마당쓸던 마당쇠 찾기는 이제 전설로 사라지는가?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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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이 은행 발언에 대해 : 어린이 비하의 의미는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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